울산시가 위대한 기업인을 기리는 대형 흉상 조각물 건립에 나섰다. 울산에서 활동했거나 태어난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울산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위대한 기업인 흉상을 제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최근 시의회에 제출했다. 부지 매입 50억 원과 흉상 설계와 제작, 설치 200억 원을 합쳐 총 25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전체 사업비를 자체 예산인 시비로 확보할 계획이다.
흉상 높이는 30~40m에 최소 두 명의 기업인 흉상을 세울 예정이다. 흉상 아래에 설치될 기단까지 고려하면 높이는 최대 60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흉상의 주인공으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업 부지는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 구릉지다. 국도 24호선 인근이어서 KTX 울산역이나 경부고속도로에서 지날 때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시는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내년 8월까지 흉상 건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위대한 기업인 흉상은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으로 유명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국립공원의 ‘큰 바위 얼굴’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시는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울산 시민들이 한 번씩 구경하게 되는 울산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해 울산 정치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경 2회 예산 284억 원 중 88% 이상이 흉상 건립을 위한 예산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울산시민연대는 “행정이 지녀야 할 공공성, 보편성의 가치는 온데간데없고 주목을 끄는 과도한 쇼와 이벤트, 선전과 홍보로 점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울산 행정이 ‘극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공업도시이면서 현재 특·광역시 중에 대기환경이 가장 좋은 친환경 도시이기도 하다”며 “오늘날 이런 영광의 시작은 기업에서 시작됐고 그 창업주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흉상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이어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울산에서 계속 기업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부족한 인재, 높은 땅값 등으로 수도권 투자나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이 적지 않는데 흉상 설치 사업은 그런 결정을 재고하도록 하고 울산 재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