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년에 병의원·약국 등 의료기관의 서비스 대가로 지급하는 수가가 올해보다 1.98% 오른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 재정은 1조 1975억 원으로 추산된다. 재정 부담이 커지는 만큼 건보 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보료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건보료 인상 변수는 약 24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건보 적립금과 내년 총선이다.
건보공단은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7개 의약 단체와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하고 1일 개최된 재정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평균 수가 인상률은 1.98%로 올해와 같다. 기관별 인상률은 병원 1.9%, 치과 3.2%, 한의 3.6%, 조산원 4.5%, 보건기관 2.7%다.
의원급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약국을 대표하는 대한약사회와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건보공단이 두 단체에 최종 제시한 인상률은 각각 1.6%, 1.7%였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이달 중 인상률을 최종 결정·의결한다. 합의가 결렬된 기관의 수가는 통상 공단이 마지막으로 제안한 인상률로 확정된다.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말까지 고시하고 확정한다.
수가가 오르면 환자가 병원·약국에 내는 진료비나 약값 본인 부담액도 동시에 상승한다. 예를 들어 병원 외래 초진 진찰료는 1만 6650원에서 내년에 1만 6960원으로 310원 오르고 이에 따른 환자 본인 부담액은 6600원에서 6700원으로 100원 늘어난다.
수가 인상으로 가입자가 공단에 내는 보험료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수가 인상으로 인한 추가 소요 건보 재정은 1조 1975억 원 규모다. 올해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율은 7.09%로 처음으로 7%대에 올라섰다. 현행법상 보험료율 상한은 8%다. 내년 건보료율은 올 8월 건정심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변수는 2021~2022년 흑자로 지난해 12월 기준 23조 8701억 원으로 늘어난 누적 적립금과 내년 4월 실시되는 22대 총선이다. 실제 2017년의 경우 20조 원가량의 적립금을 이유로 건보료율이 동결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전기료를 올린 수준을 보면 얼마나 여론을 신경 쓰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건보료를 인상하는 것은 아무래도 여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