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5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5.2% 줄어든 522억 4000만 달러에 그쳐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15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환 위기 직전의 29개월 연속 적자 이후 27년 만에 가장 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53.1%나 급감한 것은 충격적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 행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장기간의 무역 적자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대외 신인도 악화와 외화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주력 품목 수출액이 줄어들고 미국·중국·유럽 등 6대 주요 지역의 수출이 모두 감소한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과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24시간 비상 플랜을 가동해 수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수출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장 다변화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비롯해 중동·유럽·남미 등으로 해외시장을 넓혀야 한다. 중국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으로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는 K식품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신시장 개척의 성공 사례로 삼을 만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관련 핵심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키고 대기업의 시설 투자 시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뿐 아니라 원전, 방산, 로봇,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산업에서 제2·제3의 ‘수출 효자’ 품목을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