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시위·회계,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엄정 대응해야

노조 활동 전반에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지만 정부의 불법 시위 엄단 방침에 따라 주간 집회 허가 시간에 맞춰 자진 해산했다. 오후 5시까지 집회를 허가받은 민주노총은 시간 준수를 요청한 경찰의 세 차례 경고 방송에 자발적으로 집회를 종료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에 앞서 불법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불법 집회 해산을 위해 2017년 이후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까지 지시했다. 과거 집회 때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거대 노조의 행태가 공권력에 의해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물론 평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집회로 시민들은 심각한 교통 체증과 소음에 시달렸지만 지난달 16~17일 경찰의 방관 속에 심야 술판까지 벌어졌던 1박 2일 노숙 집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조는 준법 집회로 방향을 선회했고 최근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의 분향소 천막 설치는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엄격한 법 집행 원칙이야말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시위를 바로잡고 민폐 집회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당정은 이달 중 조합원 1000명 이상을 둔 노조가 회계 자료를 공시하지 않으면 노조원의 노조비 납부액 세액공제를 제외하는 내용의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법상 기부금 단체인 노조에 회계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정부의 세액공제와 연계해 노조 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조비 집행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도 노조 활동 전반에 걸쳐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더 이상 국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고 공공질서를 흔드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동계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운 무분별한 불법 집회를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노사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과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 개혁의 성공을 위한 출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