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풍지대’ 선관위, 철저 수사로 썩은 환부 확실히 도려내라

공정이 생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로는 채용 복마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5월 31일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연루된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등 4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사무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고 국회의 국정조사도 수용하기로 했다. 경력채용제도는 폐지 또는 축소하고 외부 기관과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의 친족 관계 전반을 전수조사하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일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단독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청렴의 상징이라고 자부하며 정치권에 칼날을 들이대던 선관위가 부패의 온상이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고위 간부들은 자녀 면접을 동료 면접관들에게 사전에 알렸고 동료 면접관들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심지어 간부 자녀 채용 과정에서 외부 공고를 생략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특혜를 입은 자녀들은 들어간 지 6개월, 1년 만에 고속 승진했다. 채용 비리 의혹은 6건이 드러난 데 이어 5건이 추가로 확인돼 모두 11건으로 늘어났다. 직전 사무총장도 아들 특혜 채용 의혹으로 지난해 3월 불명예 퇴진했다. 단발성 일탈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쉬쉬하던 구조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선관위가 헌법상의 독립 기구라는 점을 내세워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자정 기능을 상실한 탓이 크다. 이런데도 선관위는 독립성을 핑계로 감사원 직무 감찰을 거부하고 나서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부패의 성역’을 쌓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권익위는 퇴직자까지 포함하는 철저한 전수조사로 범죄를 샅샅이 밝혀내고 수사기관의 보완 수사로 썩은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노태악 위원장은 관련자를 일벌백계하고 최종 책임자로서 사퇴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는 보장하되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도록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바꾸고 외부 견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이를 통해 무풍지대에 안주해온 선관위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선관위를 개혁해야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정치 개혁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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