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박희영 용산구청장 "형사 책임, 법률 검토 필요"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의혹' 용산구청 관계자 보석 심문
박희영 측 "검사 측 내세우는 주의의무, 추상적이고 일반적"
"공소사실 충분히 입증 안 돼…증거인멸·도주우려 없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올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보석 심문에 출석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며 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석방돼 용산구청 현직으로 되돌아갈 경우 증인들을 상대로 회유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보석심문기일을 열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9일, 최 전 과장은 같은 달 22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날 심문기일에는 검찰 측이 출석하지 않은 채 피고인 측만 출석한 상태로 진행됐다.


박 구청장 측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형사상 책임까지 지는 것은 과하고 검찰의 공소 사실도 추상적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구청장의 변호인은 “과연 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법률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공소장을 보면 검사가 내세우는 주의의무는 추상적이고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주의의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재난안전법 상 재난에 해당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점에서 재난안전법상 안전관리 수립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다수의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밀집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파의 밀집과 유입을 통제하거나 해산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용산구나 용산구청장이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도 보석 신청 사유로 내세웠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하고 승인했다는 게 전제돼야 하지만 공소사실 어디에도 피고인이 내용을 확인했다는 게 없어서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구청장 측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박 구청장이 참사 이후 휴대폰을 교체했으나 교체 전 휴대폰의 내용을 새 휴대폰에 모두 그대로 옮겼다는 점, 두 휴대폰 모두 증거로 제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에서 박 구청장이 미국에 장기간 체류한 적 있다는 사실을 도주 우려의 근거로 제시한 데 대해서는 “유학과 직장생활로 미국에 8년 정도 체류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국내에 체류했고 국내 체류 기간이 더 길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기소된 최 과장의 변호인은 “참사 2개월 전 발령된 하급실무자를 재난 안전 관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했다”며 “임기 2개월이 되지 않은 말단 공무원에게 예방을 못한 책임을 물어 구속 상태를 유지하고 방어권 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이 석방 후 현직으로 돌아갈 경우 증인들을 회유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배 부장판사는 “앞으로 재판에 출석할 상당수의 증인들이 용산구청 공무원일텐데 검찰 측은 회유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 측은 “용산구 직원 진술 전체에 대해 동의하고 있고 증인들의 진술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최 전 과장 측 또한 “피고인은 말단 공무원으로 입직해 그러할 권한도 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5개월 넘는 시간 동안 구속돼 있었으며, 구청장 취임 후 4개월 만에 엄청난 일이 벌어져 무한한 책임감과 자책감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희생자나 유가족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의 보석 여부는 오는 9일 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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