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당국이 가격 변동성과 투기 위험을 이유로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막자 개인의 투전판이 됐습니다.”
임종인(사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일 서울경제신문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기관투자가가 들어온다면 가상자산 시장도 자연스럽게 건전해질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기관투자가의 진입이 가상자산 시장을 보다 과학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는 소문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의 상품성과 프로젝트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한다”며 “금융사가 주식과 선물 리서치를 발간하듯이 가상자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일반인들도 기관의 동향을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의 매매 내역이 공유되고 기관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임 교수는 내다봤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개인투자자의 가상자산 스캠(사기)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 해법 역시 기관의 참여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투자가들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가상자산으로 펀드를 만들거나 선물 투자에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다”며 “변동성이 큰 리스크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포기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전통 금융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기관의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은 일찍이 가상자산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골드만삭스가 올 1월 발표한 자산 수익률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연초 누계 수익률은 27%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금·부동산·나스닥을 넘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임 교수는 미국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보고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상품성 여부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내 금융 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도 시각을 바꿔 산업 진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기관투자가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임 교수는 “가격 변동성 등 리스크가 클수록 위험에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기관투자가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더 커졌을 때 기관 투자를 뒤늦게 허용하면 국내 기관들은 해외 기관과의 경쟁 대열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들이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시장의 진흥을 위한 2단계 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정보보호 분야의 전문가로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을 비롯해 국가정보원과 대검찰청 자문위원 등을 지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2월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20명 내외의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과 디지털자산정책포럼을 발족해 의장을 맡았다. 그는 “미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빅테크 중심지가 됐다”며 “우리나라를 디지털 혁명의 선도 국가로 이끌려면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주기적으로 업계 관계자들과 회의와 세미나를 개최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책 자문 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