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업무 방해해선 안돼"…법원 '민폐 1인시위'에 제동

군청 앞서 장송곡 반복재생 등
法 "표현의 자유 넘어서" 판단
기업 주변 시위 단속여부 주목

태안군청 전경. 태안=연합뉴스

군청 앞에서 장송곡을 반복적으로 재생한 1인 시위자에 대해 법원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권리 등을 침해한 집회·시위의 경우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장기간 이어진 ‘민폐 시위’ 행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태안군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제2민사부(김용찬 부장판사)는 태안군 공무원노조위원장이 태안군청에서 1인 시위 중인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원고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집회·시위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온한 업무 수행을 현저하게 방해하거나 권리 등을 침해하지는 않아야 한다”며 “해당 시위는 사회적 상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타인의 권리를 방해한 집회 시위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시위자가 태안군청 건물 및 대지경계선으로부터 30m 이내 장소에서 장송곡 재생, 시위자 차량에 영정 사진과 장례식용 조형물, 근조화 설치, 청사 주차장 주차 및 장기간 밤샘 주차, 청사 내 다른 차량 운행 방해, 75㏈(야간 65㏈) 초과 소음 발생 등 행위를 금할 것을 명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각 위반 행위 1회당 50만 원씩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태안읍 삭선리 건설기계 공영주기장 조성 사업에 항의하기 위해 군청사 주차장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시체 형태의 조형물과 근조화, 영정 사진 등을 차량에 장식하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과 공공기관 주변에서 무분별한 집회·시위가 잇따르면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고된 집회의 경우 법적 허용치 이내의 소음과 차량, 현수막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1인 시위 역시 집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장기간 시위에도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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