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실적과 ‘성과급 잔치’로 논란을 빚었던 국내 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 ‘이자 장사’ 등으로 7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순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일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의 5조 6000억 원보다 1조 4000억 원 증가한 7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당기순이익이 2조 5000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리 인상 덕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지만 성과급, 복리 후생 등 인건비에 1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론을 의식해 올해 들어 대출금리를 다소 낮췄지만 여전히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1분기 이자 이익은 14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7000억 원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조 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은행도 기업이므로 노력의 대가로 수익을 극대화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은행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낸 것은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금리와 예대 마진 때문이다. 차별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손쉬운 이자 놀이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은행권의 체질은 갈수록 허약해질 따름이다. 은행들이 경영 혁신의 노력 없이 얻은 이익에 만족해 흥청망청 성과급 파티를 벌일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 상품·서비스를 다변화하고 90% 안팎을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기형적 수익 구조를 서둘러 개선해야 할 때다. 업무 영역을 넓히고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비이자 이익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접목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등 선진 금융을 위한 혁신에도 힘을 실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은행의 공적 기능을 살려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과 가계의 고통에도 눈을 돌리되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차주의 옥석 가리기에도 나서야 한다.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과 은행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사전 점검 및 대책 마련도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