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부산의 숨은 맛집을 은밀하게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그룹의 식당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 암행 평가단이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비밀'인 이들은 내년 2월 미쉐린가이드 부산편 발간을 앞두고 부산역 앞 유명 돼지국밥 전문점부터 남포동 자갈치시장 꼼장어(먹장어)집까지 부산 곳곳을 누비며 숨은 진주 같은 식당을 발굴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미쉐린그룹은 지난 1일 부산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을 서울에 이어 두 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 도시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나온 지 약 7년 만이다. 미쉐린 측은 부산을 발간 도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풍부한 해양 환경과 항구를 통한 원활한 식재료 공급 등 특색 있는 미식 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빨간책'으로 통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미쉐린그룹이 1900년부터 자동차 여행객에 주유소 및 휴게소 위치나 식당, 숙박시설 등의 정보를 주기 위해 만든 일종의 안내서다. 자동차 여행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타이어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약 40여 개국에서 매년 1만 6000여 개의 레스토랑을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소개하며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을 별(스타) 1~3개로 평가한다.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여행갈 가치가 있는 식당'을 뜻한다. 별을 받지는 못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는 '빕 구르망' 타이틀을 준다. 평가는 암행 평가원이 진행한다. 이들의 성별과 나이, 국적 등은 공정성을 위해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전직 셰프 등 외식업 전문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250끼 이상의 식사를 하고, 총 6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쉐린 관계자는 "예약이 어려운 식당일 경우 정말 일찍부터 평가원들이 미리 예약을 해서 방문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객과 똑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쉐린 측이 공개한 다섯 가지 평가 기준은 △요리의 수준 △요리의 완벽성 △셰프의 창의적인 개성 △조화로운 풍미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다. 부산은 바다 앞 포장마차부터 최근 생겨나고 있는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까지 외식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엘리자베스 부쉐-앙슬랑 미쉐린가이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파인 다이닝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며 "좋은 음식, 흥미로운 장소에서 재능 있는 요리사가 만든 좋은 음식에 스타를 부여하기 때문에 길거리 음식에 스타를, 호텔 레스토랑에 빕 구르망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쉐린은 그동안 밀면과 돼지국밥뿐 아니라 게 등 해산물을 독특하게 요리하는 부산의 식문화를 주목해왔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번 미쉐린가이드 선정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약 40만 명으로, 올해는 약 15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레스토랑 지침서인 미쉐린가이드의 부산 발간은 음식, 문화, 관광을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