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소를 사칭한 신종 펫숍들이 책임비 명목으로 최대 수천만원을 챙기고도 파양동물(보호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동물) 100여 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정황이 드러나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이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신종 펫숍업체들과 동물처리업자를 사기 및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단체는 해당 업체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 신종 펫숍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 파악과 제재 방안을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신종 펫숍들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 ‘무료 입양 무료 파양’ 등의 문구를 이용해 보호소를 사칭했으며, 실상은 동물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픈 파양동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입양하려는 이에게 책임비라는 명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챙겼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민간동물보호시설의 경우 지자체에 신고해야 지만 신종 펫숍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신종 펫숍이 동물보호소를 위장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동물보호시설’로서 영업을 지속한 것이다. 단체에 따르면 “파양자의 죄책감을 이용해 고액의 파양비를 챙기거나 유기동물 입양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한 뒤 펫숍 동물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신종 펫숍은 동물을 돌보기는커녕 처리업자에게 10만~30만원을 주고 넘겨 동물들을 숨지게 했다. 넘겨진 동물들은 대부분 산 채로 암매장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는 "처리업자들은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 일대의 야산에 동물을 암매장했다"며 "해당 지역에서 동물 사체 총 118두로 개 86두, 고양이 32두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특히 두개골이 골절된 동물(개 23두, 고양이 5두)도 있었고 위가 비어있는 등 살아있는 동안에도 돌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수의검역본부의 부검 결과 대부분의 동물이 살아있을 때 매장돼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종 펫숍과 같은 영업 행태를 통한 범죄 행위가 가능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의 부실한 동물정책에 있다"며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이 금지되지 않는 이상 누구나 쉽게 동물을 키우고 또 다시 쉽게 포기하는 지금의 행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동물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규제를 위한 강력한 기준 마련과 관리·감독을 요구해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는 무한정 허용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단체는 "일례로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 허가 기준은 관리 인원 한 명이 개·고양이 50마리까지 사육·관리하도록 규정한다. 한 사람이 50마리나 되는 동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한 허술한 규정은 허가받은 생산업체에게 합법적 동물 학대를 용인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