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피해 기업, 구제 길 열린다

김경만 의원, 하도급법 위반 소송시
공정위 행정조사자료 활용 대표발의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조사 자료가 법원의 재판과정에 증거로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 발의됐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위반사실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제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현행법은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명령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자료를 확보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송부 요구를 해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 있는 자료는 얻지 못한 것이다.


한화와 8년 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 에스제이이노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9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기술유용을 인정해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제 3자인 공정위는 3년 넘게 조사한 자료를 재판에서 활용할 수 없어 에스제이이노테크는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공정위에 해당 사건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했지만 공정위는 의결서만 법원에 송부, 사실상 문서송부촉탁은 거절됐다 .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 대상에 공정거래위원장 포함 △제출명령자료의 범위에 위반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 추가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법에 따른 제재조치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


김경만 의원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법정 분쟁시 이기기도 어렵지만 이겨도 수년간 재판에 매달리는 동안에 사업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 장기화는 기술탈취 가해기업에게만 유리한 상황이므로 피해 중소기업이 빠른 기간 내에 회복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조사자료가 재판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하도급법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김경만 의원 /서울경제DB

업계에서는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경우 법원이 행정기관의 조사 자료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연이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청 공동 주최로 열린 '손배소송 행정조사자료 활용 입법 세미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소기업 권리 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현행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행정기관의 기록 송부 의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며 "소송상 기록 송부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문서송부촉탁 방식이 아닌 자료 제출명령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세무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자료인 과세자료에 대해서는 법원의 제출명령을 통해 소송상 증거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술 탈취 관련 민사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의 행정기관이 조사한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거나 구비되지 않아 피해기업들이 손해를 입증하고 승소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행정조사 자료가 법원의 재판 과정에 증거로 제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행정조사 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동락의 정영선 변호사도 자신의 소송 사례를 소개하며 "공정위가 대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인정했는데도 민사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 중소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며 행정조사 자료와 민사소송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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