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 속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3개월 동안 10조 원 가까이 발행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ELS는 주가가 급락하며 50% 가량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는 한 최대 연 1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요즘같은 상승·횡보장에 각광받는 상품이다. 반면 변동성이 클 때 수익이 극대화되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은 4년여만에 시가총액이 10조 원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부터 5월까지 최근 석 달간 ELS 원화·외화 발행액은 9조 291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4조 4016억 원)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특히 4월 한 달 동안 3조 6778억 원이 발행돼 지난해 4월(4조 1000억 원)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ELS 발행액은 2조9133억원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ELS 발행액이 2분기 1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 상환 기준일에 기준 가격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로 조기 상환된다.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녹인(원금 손실)’ 구간은 기준가의 45~50%로 설정된다. 주가가 반토막이 나지 않는 한 연 6~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상승장이 기대되면 ‘중위험 중수익’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ELS 발행은 2월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월간 1조 원 대에 머무르던 ELS 발행은 2월(2조 3900억 원) 2조 원 선을 탈환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연초 예상과 달리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자 조기 상환 여건이 개선돼 발행액이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올들어 5월까지만 ELS 조기상환 금액은 14조 5218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0조 9153억 원)보다 33% 늘어났고 지난해 상반기(6조 9212억 원)와 비교해서는 110% 급증해 투자자들이 쏠쏠한 수익을 챙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 2분기 조기 상환 대상이 되는 ELS는 지난해 4분기에 발행한 물량이어서 기준 가격 자체가 매우 낮다” 면서 “2분기 조기상환 여건은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ELS처럼 주식과 연계된 파생상품인 ELW는 최근 시가총액이 10조 원 아래로 쪼그라들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2일 기준 ELW 시가총액은 9조 6852억 원에 불과하다. ELW는 3월 시총(9조7255억원)이 2018년 10월 이후 4년여만에 10조 원 선을 내준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총이 74조 6810억 원에 달했던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LW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시장 변동성이 클 때 각광받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ELW는 옵션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권으로 미리 정해진 행사가로 기초자산을 매수(콜)하거나 매도(풋)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2011년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해 외면받다 3년 전 코로나19가 터지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인기를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ELW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변동성 장세에 고수익 및 위험회피 수단으로 주목을 받는다” 면서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들이 ELW에 일시적으로 발을 들였다가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