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투자 자금 유치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31년간 유지한 외국인투자자등록제를 올 12월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여권 번호만으로 국내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5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안은 이달 13일 공포한 뒤 12월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외국인투자자등록제는 주식·채권 등 외국인이 우리나라 상장증권에 투자하기 전 금융감독원에 인적 사항을 등록하게 하는 제도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이 절차를 밟아 금감원에서 투자 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만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외국인 지분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1992년 도입했다.
이 제도는 1998년 외국인 한도 제한이 원칙적으로 폐지됐음에도 31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현재는 2500여 개 상장사 가운데 33개 종목만 외국인 보유 전체 한도 관리 대상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개인별 한도 관리 대상은 2종목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번에 해당 제도를 과감히 폐지한 건 그간 외국인투자자 등록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서류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등록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없어 국내 증시의 자본 규모를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 1월 25일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해당 제도를 연내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로 12월 14일 이후부터 법인은 LEI(법인 부여 표준화 ID), 개인은 여권 번호를 활용해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는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 확대, 글로벌 통합계좌 활용도 제고 등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필요한 다른 방안들도 곧 확정해 등록제 폐지와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외국인투자가의 우리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