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정화가 안방극장과 무대를 동시에 사로잡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닥터 차정숙'으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고,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가수로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엄정화의 새로운 시간은 지금부터다.
엄정화는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에서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에 출연해 무대를 꾸미며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저를 모르잖아요. 제가 어떤 가수인지, 어떤 노래와 무대를 했는지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보여주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르지만, 지금은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가수도 있었어'라는 의미로 참여한 거예요. 저에게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록이 아닌 한걸음입니다."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대학 축제 무대에 선 엄정화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엄정화'를 부르면서 동시에 '차정숙'이라고 환호했기 때문. 무대 위 감동은 두 배가 돼 엄정화에게 돌아갔다.
"'내 노래를 안다고?', '차정숙을 안다고?' 두 가지 감동을 받았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주부들은 물론, 아저씨 시청자들도 저한테 차정숙이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반갑게 봐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 시점에서 가수로 다시 전성기를 맞은 건 엄정화에게 의미가 크다. 40대가 되고 난 후, 하나의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8년이 걸리는데, 이렇게 작품과 음악이 겹친 적은 오랜만이다.
"전에는 연기와 앨범을 같이 내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경험은 적어졌죠. 이렇게 동시에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이 시기가 다시 돌아와서 감회가 새로워요. 뭔가 다시 만난 느낌이에요."
엄정화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톱스타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다. 길게 활약하는 비결에 대해 엄정화는 그저 운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걸 롱런의 비결로 꼽았다.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한테 주어진 것들은 운이었어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고요. 만약 두려워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걸 고집했다면 오래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걸 늘 갈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엄정화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다. 누군가 앞에서 길을 만들고 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엄정화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배우와 가수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연기를 하다가 잠깐 앨범을 내는 사람은 있어도, 지속적으로 앨범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이 되면 저한테도 의미가 있어요. 물론 지금은 가수 활동과 연기를 같이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시기기도 하고요."
"시간이 정말 빨라요. 전에 앨범을 만들었을 때 '내가 하는 게 의미가 있나? 혼자 좋자고 만드는 건가?' 싶었거든요. 지나고 보면 의미 없는 건 하나도 없어요.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계속하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여태까지 꿈을 좇아서 열심히 살았던 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