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고위험 임신·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것은 최근 늦은 출산과 난임 시술의 증가로 고위험 임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쌍둥이 이상)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9%에서 2021년 5.4%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높아지는 결혼 연령에 시험관·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를 통한 고령 임신이 많아졌는데 이 경우 다태아 등 고위험 임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새(2011~2021년) 18.0%에서 35.0%로 커졌다.
설상가상 다태아의 경우 미숙아로 태어날 확률도 높다. 의학적으로 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의 출생아 또는 출생 시 체중이 2.5㎏ 미만인 영유아를 말한다. 2021년 기준 임신 기간이 37주 미만인 다태아는 전체의 66.6%, 체중이 2.5㎏에 못 미치는 다태아는 59.9%에 달한다. 미숙아인 경우 출생 직후 인큐베이터로 이동해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출산 전 난임 시술, 출산 후 치료비로 단태아 출산보다 경제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이유다.
이런 탓에 그간 고위험 임신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이미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다태아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단태아에 비해 산모와 태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극심해 난임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일·가정 병행 지원 등 정책은 단·다태아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전종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역시 “현재 제도가 다태아 임산부에게 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단태아 임신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정책을 다태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임신기 단축근무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임신 후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에 있는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유급으로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다태아 임산부의 경우 66.6%(2021년 기준)가 37주를 못 채우고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이 제도를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다태아 임산부의 경우 임신 기간 30주 안팎을 지나면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민행복카드(임산부 진료비 바우처) 지원 규모를 태아 수대로 세분화하는 것도 검토된다. 현재는 단태아 임산부에는 100만 원, 다태아에는 140만 원의 진료비 바우처를 지원한다. 이때 다태아 기준을 두 명, 세 명, 네 명 이상 등으로 나눠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다태아 임신의 경우 초음파·기형아 검사 비용, 제왕절개수술, 인큐베이터 입원비 등 추가 비용이 약 2~2.5배 이상 더 드는 탓이다.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1인당 최대 1000만 원 한도(체중 1㎏ 미만 출생)로 지원되는 이 의료비의 사용 기한을 1년 4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을 경우 2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단태아의 경우 기준중위소득 180% 미만인 가구에만 의료비가 지원되는데 이 소득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산 당국은 “관계 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난임 치료에 대한 문턱을 확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난임 지원금의 경우 부부가 난임 진료를 받는 중 치료비를 우선 지불하고 추후 지원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해 난임 시술 즉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난자 냉동 시술을 단계적으로 건보 급여화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남녀의 사전 건강관리 항목에 난임 검사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된다. 저출산 정책 설계와 관련한 한 관계자는 “난임 시술을 받으려는 이들은 임신 의지가 강력하게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경제적인 부담으로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저출산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