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50만 년 전의 원시 인류 ‘호모 날레디’가 시신을 땅에 묻고 벽을 꾸미는 등 장례 의식을 치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뇌 크기가 현생인류의 3분의 1에 불과해도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고고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고인류학자 리 버거 박사는 이날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콘퍼런스에서 호모 날레디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호모 날레디는 버거 박사의 탐사대가 2013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동굴에서 유골 화석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날 버거 박사는 동굴 추가 조사 결과 호모 날레디가 시신을 매장했을 뿐 아니라 벽에 상징을 새겨 무덤의 위치를 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는 타원형으로 움푹 팬 땅속에서 발견된 완전한 유골 화석과 인근 벽에 기하학무늬로 파인 흔적들을 제시했다. ‘무덤’으로 추정되는 움푹 팬 땅은 가장자리가 깨끗하고 외부와 흙 성분도 달라 단순 침식에 의해 유골이 가라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유골 인근에서 다른 동물의 뼈가 불탄 흔적이 발견됐다며 호모 날레디가 의식을 위해 동물을 요리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시신을 의도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현생인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무덤도 7만~9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의 주장이 맞다면 24만~50만 년 전 생존한 호모 날레디도 장례를 치른 셈으로 최초의 무덤 기록이 최소 16만 년은 더 올라가게 된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만으로는 연구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자들은 매장이 아니라 시신을 동굴 바닥에 두는 ‘캐싱(caching)’으로 봐야 한다는 반박과 유골이 동굴에 휩쓸려 들어갔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