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6곳 이상의 시가총액이 장부가(청산 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16% 넘게 올라 26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특정 업종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종목들 가운데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지주사, 금융·증권, 식료품 등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795곳 중 501곳(63%)의 PBR이 1배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 1536곳 가운데 445곳(28.9%)이 PBR 1배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가가 비교적 저평가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BR은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과 장부가격을 비교한 수치로 1배 미만은 장부상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코스피 종목 중 PBR 하위 10개 종목은 태광산업(003240)(0.14배), HDC(0.15배) 등 실적이 부진한 종목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지역난방공사(071320)(0.19배), 한국가스공사(036460)(0.22배) 등도 고질적인 적자를 이유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PBR 1배를 밑돌았다.
증권가에서는 저PBR 종목 중에서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은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지주사와 금융·증권, 식료품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BR 1배 이하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업가치)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선 지주사들은 올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의 영향으로 주가가 재평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크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028260)(0.68배)이 있다. 삼성물산은 5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연간 영업익도 전년 대비 4.56% 늘어난 2조 6437억 원으로 예상된다. LG(003550)(0.55배) 역시 올해 LG전자·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자회사의 승승장구로 올해 이익이 전년 대비 12.25% 급증한 2조 1791억 원으로 전망된다.
금융·증권주는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로 주가 조정을 겪으면서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006800)(0.34배), 한국금융지주(071050)(0.38배), 키움증권(039490)(0.52배), 삼성증권(016360)(0.53배) 등은 모두 PBR 1배를 밑돌고 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 흐름이 기대된다”며 삼성증권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곡물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동원F&B(049770)(0.7배), 오뚜기(007310)(0.87배) 등 식료품주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특히 올여름 역대급 더위가 전망돼 빙과류가 주력인 빙그레(005180)(0.75배)에 대한 평가도 양호하다. IBK투자증권은 “이달 중·하순 날씨가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아 성수기 빙과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빙그레의 현 주가는 과거 4년(2019~2022년) 평균보다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약하다고 하지만 코스맥스비티아이(044820)(0.28배), 아모레G(002790)(0.68배) 등 저평가된 화장품주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지고 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약하나 명백히 회복 방향을 띠고 있어 화장품주는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