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호주 등 일부 국가가 앞서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인상 기조로 전환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로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근원물가 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8일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발표한 후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나라가 캐나다·호주와 같다고 볼 수 없지만 물가를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주중앙은행(RBA)과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직전까지 금리를 동결했다가 물가가 다시 상승 전환하고 근원물가도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후 3회 연속 동결했으나 금융통화위원들이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되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겠으나 근원물가 경직성, 고용 호조, 서비스 수요, 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 물가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호주도 금리를 안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리를 올렸다”며 “한국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한은은 물가 불안이 확산하기 전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이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지는데 이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5월 이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 확대되고 미 달러화가 강세 전환했어도 외국인 증권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 불안 요인으로는 경상수지 적자와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거론했다.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되면 성장 하방 리스크와 외환 수급 불균형 위험이 함께 높아지면서 대외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2월 원화 약세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심했는데 환율 상승 폭의 40% 정도가 무역수지 충격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이 부총재보는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황을 보고 추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