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유통과 기획·전시 등 미술계 전반의 사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발의된 미술진흥법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법안에 ‘미술품재판매보상청구권(이하 추급권)’이 포함되면서 미술계에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추급권은 미술 작품이 두 번째 판매될 때부터 작가에게 차익의 일부를 보상하는 제도로, 작가의 작품이 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 권리를 작가와 공유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내 경매사 및 화랑 업계는 추급권이 작가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거래만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9일 미술 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경매사, 한국화랑협회, 한국고미술협회는 지난달 초 국회 법사위에 ‘미술진흥법안 반대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경매사와 협회 등은 “추급권이 적용되는 국내 작가들은 n차 판매가 이뤄지는 극히 일부 인기 작가뿐이어서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신진 및 중견 작가의 경우 사실상 법안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등 해외 작품의 경우 대부분 법안을 적용받지 않아 국내 컬렉터들이 외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 거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급권은 실제로 가격이 낮은 작품에는 적용되지 않고 재판매되는 작품도 극히 일부”라며 “실효성이 낮은 제도로, 성장 중인 국내 미술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술 작가 및 평론가들로 구성된 협회와 단체에서는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추급권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 같이 미술품 가치 상승분의 일부가 작가나 유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추급권이 담긴 미술진흥법을 둘러싸고 옥션·화랑 측과 작가 단체 등이 팽팽히 맞서면서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간호법과 같이 미술계 내의 직역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