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1표인데 男은 0.4표?" 여성전용 주차장 투표 놓고 하이닉스 젠더 갈등

SK하이닉스 여성전용주차장의 모습. 등록된 차량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보도화면 캡처


SK하이닉스 기숙사의 여성전용 주차장 문제가 사내 젠더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재 사내에서 불타고 있는 하이닉스 기숙사 주차장 이슈’라는 제목으로 글이 작성됐다. 이 회사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기숙사 인원이 늘어나면서 주차 자리가 모자라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천캠퍼스 기숙사의 주차 과밀 문제를 지적하며 운을 뗐다.


그는 “그런데 (주차장) 1개 층의 80%를 여자 전용으로 설정해 남자들은 이 구역을 이용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다른 구역을 쓸 수 있어 비교적 편하게 주차가 가능하다”라며 “기숙사 주차 공간이 왜 성별로 구분되고 여자들만 특정 공간을 사용해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작성자에 따르면 이 문제로 사내에선 몇 년간 지속적으로 주차장 통합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론조사나 투표와 같은 의견 수렴 절차가 없어 불만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놀라운 건 여자 전용구역이 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성 기숙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라고 한다. 회의록에 있는 워딩(표현) 그대로다”라며 “남자 기숙인을 거의 잠재적 범죄좌로 보는 태도에 더욱 (여론이) 불타올라 겨우 주차장 통합을 위한 투표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작성자는 짚었다. 남자 기숙인의 수가 더 많으니까 남자는 1명당 0.4표, 여자는 1명당 1표로 투표를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온 것이다.


이에 대해 작성자는 “애초에 남녀 공용인 주차장을 통합 운영하고자 투표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한다”라며 “여자들 주차 자리 보장해 주려고 애쓰는 서윗(스위트·여성을 배려하는 행위를 비하하는 표현)한 관리 부서의 진행에 사내 게시판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작성자는 또 “19세기 흑인 노예도 인당 0.6표를 인정해 줬는데 하이닉스 남자 기숙인은 0.4표”라며 자조적인 반응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해당 회사 직원임을 인증한 네티즌들은 “일반적인 주차장이라면 몰라도 같은 회사 직원들이 이용하는 주차장까지 ‘여성 범죄’를 우려하는 건 과하다”, “대기업 갈려고 입사했는데 주차장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퇴사 당하려는 사람이 있겠나” 등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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