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쁜 축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착한 축제도 있다

화성 뱃놀이 축제 찾은 관광객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
市, 지역 상인들과 수차례 간담회…바가지 상혼 억제 노력 주효
일부 가격 불만에 상인들은 "원재료 가격 폭등도 감안해야"

지난 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화성 뱃놀이축제’ 푸드존에서 관광객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지난 9일 오후 4시께 경기 화성시 전곡항에서 만난 40대 초반 남모(여)씨. 안산에서 또래 친구와 함께 초등학생 딸 한 명씩을 데리고 이날 개막한 ‘화성 뱃놀이축제’를 구경왔다.


서해 밤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LED 요트 승선체험을 기다리던 이들은 축제 중앙 무대 앞쪽에 마련된 푸드트럭에서 찹쌀순대, 회오리핫도그, 떡볶이를 샀다.


엄마들은 그늘막 아래 음식을 풀어놓고 자식들이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한 손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들고 있었다. 네 사람이 간식을 위해 쓴 돈은 2만8000원. 승선체험을 마친 뒤에는 근처 식당에서 1만 원짜리 칼국수로 늦은 저녁을 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씨는 화성 뱃놀이 축제 음식의 가격이나 질에 “대략 만족”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요트를 타고 싶다고 하도 졸라 오긴 했지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사실 ‘바가지’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예능 '1박2일'이 일으킨 평지풍파 때문이다. 출연진이 경북 영양 지역축제를 찾았다가 전통시장서 전통 과자 한 봉지에 무려 7만원을 지불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방영되면서 지역 축제 바가지 상혼에 대한 우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남씨도 유튜브를 통해 해당 장면을 뒤늦게 시청하고 분노했다. 흥에 겨운 축제 행사장에서 아이들이 이것저것 사 달라고 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속절없이 지갑을 열어야 했던 기억이 분노를 더 키웠다.


하지만 이날 처음 찾은 화성 뱃놀이 축제에서 만큼은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만 해줘도 착한 축제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전곡항 화성뱃놀이축제 행사장 푸드존 푸드트럭에서 관광객이 떡볶이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바로 옆 자리에서는 동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두 명이 한 상 차려 놓고 있었다.


6000원 하는 타코야끼, 각각 3500원인 옛날 핫도그와 소떡소떡, 그리고 8000원짜리 치즈 닭강정이었다. 40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곁들여 오후 6시께 치러지는 공식 개막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도심 노점 시세와 같은 것 같다. 닭꼬치가 조금 비싼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울이나 여기나 거기서 거기다. 예상보다 비싸지 않아 가볍게 즐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요트체험을 위해 멀리 남양주시에서 부부동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는 김현아(가명·45·여)씨는 에어바운스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가족들을 보고 있었다.


영상 25도 안팎의 따뜻한 날씨. 돗자리 위에는 소고기 스테이크, 닭강정, 츄러스, 아이스크림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김씨는 지역축제나 유명피서지의 살인적인 물가에 이미 익숙하다고 했다.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하고 왔지만 예상보다 저렴한 물가에 반색했다.


그는 “아무래도 영양 과자 바가지 논란 때문에 신경이 유독 쓰였는데, 생각보다 싸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같은 가격의 원인도 나름 짚어봤다.



지난 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전곡항 화성뱃놀이축제에서 승선체험하는 관광객들. 사진 제공 = 화성시

그는 “다른 축제장을 가면 음식이 제각각이어서 가격 비교가 안 된다”며 “이곳에는 푸드트럭이 많으면서도 비슷한 음식을 해 가격이나 양을 비교해 볼 수 있고, 업체 간 경쟁도 붙어서 좋은 가격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화성 뱃놀이축제의 본 무대인 전곡항 일대에서 서울경제가 만난 10여 명의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축제 물가에 비교적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일 질타 받는 타 지역축제의 바가지 상혼과 대조되면서 만족감이 더해지는 듯했다.


이 같은 상황은 바가지 논란을 염려한 화성시의 예방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관내 최대 행사 중 하나인 뱃놀이축제를 앞두고 현장시찰을 통해 바가지 요금 등 관광객들이 겪는 불편을 덜 수 있도록 시의 역량을 집중했다.


화성시 관광진흥과 주종현 관광사업팀장은 “축제를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지역 상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바가지 물가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며 “화성 뱃놀이축제의 성공을 위해 상인들도 공감하고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팀장은 “시장님도 축제를 찾는 분들이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했다”며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상인들이 이익을 보전해주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곡항 수산물센터 한 횟집 가격표. 축제를 앞두고 인상한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물론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다.


김현아씨는 “음식이나 체험은 크게 부담이 없는데 매점이나 노점에서 파는 물놀이 용품이 시중보다 2배 이상은 비싼 것 같다”며 “지금 깐 돗자리도 여기서 샀다. 마트에서는 7000원 정도 하는데 여기서는 2배나 된다. 이런 것은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곡항수산물센터에 입주한 대다수 횟집들이 내건 가격표에는 축제를 앞두고 가격을 올린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검정색 테이프나 흰색 종이로 덧 씌운 가격표가 다수 확인됐다. 일부 횟집의 경우, 정가보다 시가가 다수여서 가격이 ‘주인 마음대로’가 아니냐는 관광객들의 지적이 있었다.


기자가 만난 한 상인은 “이곳 말고도 다른 행사를 봐왔는데 제철, 어획량 등에 따라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바가지를 관광객들에게 씌워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걱정되지만 원재료 가격 폭등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최대 규모 해양축제로 불리는 화성뱃놀이축제는 9일 개막해 11일까지 펼쳐진다. 화성시측은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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