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도 AI 바람…로보어드바이저 뜬다

미래에셋운용, '해외 로보어드바이저社' 인수 추진
글로벌 수익성 강화·'다이렉트인덱싱' 선점 포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산운용가)가 금융투자 업계의 미래 수익성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면서 국내 운용사들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을 자동으로 배분해 투자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서비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를 인수하게 되면 이는 금융투자 업계뿐 아니라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 된다. 그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AI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인수는 수년간 검토한 사항”이라며 “해외에 관련 기업이 많지 않아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최근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수 대상은 정보기술(IT) 강국인 미국과 인도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는 펀즈인디아·위프로 등 AI·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미래에셋그룹이 현지화에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이기도 하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역시 2017년 회사 유튜브를 통해 인도 현지 기업 인수에 직접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전경. 사진 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 인수에 나서는 것은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 상품 서비스 강화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수익성을 높일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I는 정보·조언만 제공하고 실제 운용은 사람이 맡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서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인수 검토 과정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AI 자동화 기술을 통하면 해외 진출이 한층 쉬워지는 데다 현지 펀드매니저 인건비와 운용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AI 기술에 대한 운용 업계의 투자 확대는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상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5년 퓨처어드바이저를, 골드만삭스는 2016년 미국 퇴직연금 운용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아니스트달러’를 각각 인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추후 로보어드바이저 활용해 AI에 운용을 완전히 일임하는 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인수 추진의 이면에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다이렉트인덱싱’ 시장 선점에 대한 포석도 깔렸다고 평가했다. 다이렉트인덱싱은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스스로 ETF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서비스다. 수많은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기에 고도화된 AI 기술을 요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일본 등에서 다이렉트인덱싱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KB자산운용은 올 4월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인 '마이포트(MyPort)'를 출시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달 8일 AI 핀테크 기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AI 기술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구축 서비스를 위해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융당국도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이달 7일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광고·판매 규제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테스트를 거친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코스콤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수익률을 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할 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업체에서 임의로 산출한 수익률이 아니라 코스콤에 공개한 수익률만 사용해야 하고 광고 세부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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