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최고점 찍은 일본 증시, 더 오를까[코주부]

'잃어버린 30년' 회복할까…엔화 가치 하락 반영하면 '착시효과'
앞으로도 오르려면 실적 개선 필수…실적 개선 주도 기업·업종은

에디터가 기억하는 최근 10여년 동안 일본 주식 투자는 내내 찬밥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 이래 일본 증시는 전고점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계속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 증시가 심상찮습니다. 일본 증시의 암흑기가 드디어 끝을 맺는 걸까요? 알고 보면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증시 수익률은 좋은데...엔화는요?

올 들어서 일본 증시가 쭉쭉 오르더니 33년 만에 다시 전고점을 찍었습니다. 올 들어 MSCI 전세계 지수가 7.9%, 미국 S&P500 지수가 9.7% 오른 데 비해 일본 토픽스 지수는 14%, 닛케이225 지수는 19.5%나 올랐습니다. 기업 실적, 그리고 주주 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해외 자금이 유입됐단 분석입니다. 워런 버핏의 '일본 상사 찬양'도 한 몫 했고요.



일본 토픽스지수 추이와 주요 사건들. /자료=블룸버그, 미래에셋증권

경제 지표들도 개선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고, 개인 소비도 증가 추세. 외국인 관광객 수도 올 3월 182만여명을 기록, 코로나 이전(2019년 월평균 266만명)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엔화 가치. 요즘 엔화 가치가 떨어졌단 사실을 감안하면 일본 증시의 수익률은 고만고만한 수준입니다. 엔화 기준으로 봤을 때 MSCI 일본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17%인데, 달러 기준으로 보면 9%입니다. 일본의 MSCI 전세계 지수 대비 상대 수익률도 달러 기준으로 하면 -0.3%포인트로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기껏 좋은 주식 골라서 투자했는데 환율 때문에 수익률이 깎인다면 속이 상하겠죠?



지역별 MSCI 전세계지수 대비 상대 수익률. 미국 제외 MSCI 기준, 수익률은 달러 기준. /자료 = 팩트셋, 한화투자증권

이익 개선 업종&주식 찍어봤습니다

물론 앞으로 엔화 가치가 다시 올라서 주식 매매차익과 환차익을 둘 다 챙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BOJ)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할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고요(관련기사). 그렇게 되면 엔화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에 투자한 구독자님들을 위해 꼭 이런 시나리오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세상 일이 원하는 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까, 당분간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도 유심히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일본 증시가 이만큼 올랐단 이야기는 그만큼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비싸졌다)는 이야기. 여기서 기업 실적 개선 같은 실질적인 호재가 없다면 주가 상승 동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일본 토픽스지수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 기업 순이익을 상장 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좋습니다) 12개월 전망치입니다. 전반적으로 뚜렷한 반등의 기미는 없는 상황.



자료=리피니티브, 신한투자증권

그래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도 덧붙여 봅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꼽은 실적 주도 업종은 일본의 경제활동 정상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입 수혜가 기대되는 IT, 경기소비재, 자본재인데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선명한 이익 개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경계를 높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투자증권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올해 주목할 업종으로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산업재, IT를 제시했습니다. 최근 2, 3개월 동안 실적 전망이 눈에 띄게 개선된 기업들로는 식품 기업인 아지노모토와 메이지홀딩스, 의류업체인 패스트 리테일링과 테마파크 회사인 오리엔탈랜드, 자동차와 부품 분야의 도요타·혼다·브리지스톤·파나소닉 등입니다. 산업재와 IT 업종에선 다이킨공업, 화낙, 야스카와전기, 도쿄일렉트론, 오므론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은 믿고 투자할 만한 선진국이란 점에서 오랜만의 회복이 참 반갑기도 합니다. 일본 기업들은 최소한 유럽 기업들보단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대로 순조롭게 일본 경제가 회복돼서 투자의 선택지가 늘어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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