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형주 대표지수인 러셀2000이 이달 들어 급등하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자 나스닥 대형 기술주에 쏠렸던 투심이 중소형주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소형주는 경기민감주가 대부분인 만큼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러셀2000(H)’ ETF는 이달들어 9일까지 6.96% 올랐다. 이 ETF는 미국 러셀20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유일의 ETF로 연초 대비 수익률은 8.48%다. 올 해 상승 폭의 거의 대부분이 최근 일주일간 발생한 셈이다.
미국 러셀2000지수가 최근 들어 힘을 받으면서 ETF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러셀2000지수는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0개 기업의 주가지수인 러셀3000지수 중 시가총액 하위 2000개 기업을 담고 있다. 미국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소형 경기순환주가 대부분으로, 지난 3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우려를 샀던 지역은행도 다수 포함돼 있다. 2월 2000선을 뚫기도 했지만 3월 지역은행 줄도산 사태로 급락한 이후 박스권을 거듭하다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1749.65에서 이달 8일 1880.78까지 약 7.49% 올랐다.
러셀2000지수가 반등세에 올라탄 것은 최근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직전 월인 3월(-0.7%) 큰 폭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경기 척도다. 세계은행도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1.1%로 올려잡았다.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러셀20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8배 수준으로 나스닥100(25.18), S&P500 (24.88) 등 타 지수의 절반 수준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정보기술(IT) 관련주에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울 경우 대안 투자처로 고려해볼 만 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러셀2000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셀2000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려면 미국 경기가 활황 국면에 접어들어야 하고, 기술주에 쏠린 투심도 완화하면서 은행 리스크도 없어야 하는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을 주장하기 조심스러운 단계인 만큼 지수가 다시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본부장 역시 “러셀2000에 장기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3개월 내 단기 투자를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