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해야 하는 그림보다는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즐거움을 느낄 만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 1010’에서 19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2023 시간과 공간의 재현’의 주인공은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다. 여가부 차관의 개인전이라니 어딘가 생소하다. 김 작가는 2001~2010년까지 기획재정부에 몸담고 2010~2011년에는 여가부 차관을 지내는 등 행정고시에 합격해 30여 년간 공직 생활을 한 재원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한국의 문화나 한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모습, 우리의 이상향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게 작가로서의 목표”라며 “나의 작품도 바로 직관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염두에 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피티·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미술 작업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생활은 뿌듯함을 주지만 평온하진 않다. 은퇴 후 곧장 ‘그림’의 세계에 빠진 이유다. 그는 “하루하루 눈앞에 쌓인 공무를 처리하며 성취감도 있었지만 몹시 바빴다”며 “그림은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괴롭지만 2~3개월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는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 은퇴 후인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초기 작품을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편안하게 쉬는 쪽을 택했겠지만 30년이나 공직 생활을 한 그는 쉽게 나태해지지 않았다. 전시회를 다니며 귀감이 될 만한 작가의 이름을 기록하고 연락처를 수소문하며 학습을 시작했다. 연륜이 있는 작가부터 청년 작가에 이르기까지 배움이 있는 곳이라면 구리·용인 등 지역을 불문하고 찾아나섰고 초창기 풍경에 국한된 그림의 범주가 점차 인물·하이퍼리얼리즘으로 넓어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짧은 기간에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202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구상부문 공동 1위인 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작가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많이 사용한 실크스크린 기법의 그림을 주로 그린다. 실크스크린은 홈이 있는 판에 잉크를 묻혀 인쇄하는 판화 기법의 일종이다. 실크스크린은 특히 천의 올 사이로 잉크를 통과시켜 인쇄하는데 다른 판화 기법에 비해 잉크가 많이 묻어 색이 강렬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작가는 “몇 차례고 실패한 후 다시 제작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홀로 좋아하는 작업을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느낌이었다”고 작품 제작 과정을 회고했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그래피티 작업에 심취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관은 작가 에 대해 “연륜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내공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하며 “그림에 다가서는 그의 태도와 창작 의지는 청년 작가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고 평했다.
작가의 은퇴 라이프는 그림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10년째 사회봉사 단체인 사단법인 글로벌투게더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전시가 끝난 후 케냐·탄자니아·이디오피아에서 보건 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경력을 살려 G20 유치 활동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