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1.75%P 금리차 유지땐 외환·금융시장 안정 기대

■ 한은도 美 금리결정에 촉각
잇단 경기하강 경고음 압박 속
내달까지 추가 인상 부담 덜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를 피하면서 다음 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13~14일(현지 시간) 예정된 FOMC에서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한은도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만약 연준이 이달 FOMC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만 밟더라도 한미 금리 격차는 단숨에 2.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은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기계적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리 차가 또 다시 벌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이나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차가 하나의 위험 요인이기는 하지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에서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이달 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가 없는 한은으로서는 다음 달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한은의 다음 달 금통위는 연준의 7월 FOMC(25~26일) 정례회의보다 2주일가량 앞서 열리는 만큼 물가와 경기 상황 등을 지켜본 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 하강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의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부진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KDI는 11일 발간한 ‘6월 경제 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 3월 경제 동향에서 처음 공식화한 ‘경기 부진’ 진단을 4개월 연속 이어간 셈이다.


특히 KDI는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제조업 재고율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제조업 재고율은 130.4%로 전월 대비 13.2%포인트 올랐다.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도체만 놓고 보면 재고율은 무려 267.9%에 달한다. KDI는 “제조업은 평균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정체된 가운데 재고율이 전월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제조업 출하가 감소한 반면 재고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폭 늘어 제조업 부진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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