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국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프리고진은 11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의 창립자인 프리고진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용병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해 일부 성과를 내면서 권력 실세로 부상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규군과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며 점차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용병들이 동부 전선 최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장시간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보급을 거부하고 있어 심각한 병력 손실을 봤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러시아 군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고 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달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하고 정규군에 임무를 넘겼다.
프리고진은 후방으로 부대를 이동한 후에도 갈등을 노출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4일 텔레그램 채널에 한 러시아 군인을 신문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장교는 자신을 제72기동소총여단 소속 '로만 베네피틴' 중령이라고 밝히면서 "바그너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 때문에 술에 취해 바그너 차량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이날 러시아 국방부와 더는 계약이 없다고 밝힌 건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규군과의 갈등 관계가 이미 개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쇼이구 국방장관이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비정규군 조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프리고진이 격하게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쇼이구 장관은 전날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비정규군이 이달 말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약 지시를 두고 러시아 일각에선 바그너그룹을 통제하려는 뜻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