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달 韓주식·채권 15조 사들여

'최고' 한미금리차에도 최대 매수
반도체 업황개선 기대감 등 영향

코스피가 전날보다 6.33포인트(0.24%) 오른 2647.49로 시작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내린 1290.0원으로 개장했다. 연합뉴스

사상 최대 한미 금리 차에도 지난달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5조 원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자금은 114억 3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5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1327.2원)을 적용하면 15조 1699억 원 규모다. 이는 국내 증권시장으로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간 자금보다 15조 원 이상 많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공식 편제된 통계는 아니지만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순유입”이라고 설명했다.


5월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순유입 규모는 지난해 연간(56억 3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부문별로는 채권 순유입 규모가 89억 6000만 달러(11조 8917억원)로 2021년 2월(89억 9000만 달러)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자금은 1월 52억 9000만 달러, 2월 5억 2000만 달러 순유출됐다가 3월 18억 100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선 뒤 4월 23억 3000만 달러와 5월 89억 6000만 달러로 순유입 규모가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채권에 투자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일정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채권 투자 자금이 늘어났다”며 “차익 거래 유인 지속 역시 큰 폭의 순유입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주식투자 자금은 지난달 24억 8000만 달러(3조 2915억 원) 순유입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미국 부채 한도 협상 타결 등의 영향으로 순유입 규모가 4월(9억 1000만 달러)보다 늘어났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유입이 늘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말 1337.7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8일 1303.7원으로 2.6% 하락했다. 원화의 상대적 강세로 원·엔 환율과 원·위안 환율도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변동률 역시 0.32%로 3월(0.66%)과 4월(0.45%)에 비해 변동성이 축소됐다.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43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4월(45bp)보다 2bp 하락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 파생상품이다.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대체로 프리미엄도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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