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예타 완료…내년 수도권정비위 심의가 변수

[삼성 클러스터 '삐걱']
◆ 용인 클러스터 조성일정 공개
토지보상에만 15개월 소요 추산
삼성은 2028년 상반기부터 착공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산단 전경. 연합뉴스


정부와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베팅하는 세계 최대 규모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성 일정이 공개된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속도감 있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갈수록 첨예화하는 미중 갈등과 삼성의 경쟁자인 대만 TSMC의 공격적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시간이 곧 금’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일 “현재 TSMC의 생산 능력은 삼성전자의 3배에 이른다”며 “송전선 설치 문제 때문에 5년을 허비한 삼성 평택 캠퍼스의 사례가 다시 한 번 재연되면 지금의 격차를 다시는 좁힐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출한 산업단지 조성 추진 일정에 따르면 정부는 3분기 중 산단 조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연말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예타는 4조 435억 원으로 추산되는 산단 사업비에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따지는 단계다. 산단 조성으로 얻는 경제적 효용이 사업비보다 낮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신속 예타로 이 단계를 빠르게 통과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산단 계획 승인 신청(2024년 3월) 이후 진행되는 영향평가 협의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다. 이 단계에서 각종 용수와 전력 공급 방안 등이 논의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 및 주민 이기주의 등으로 산단 계획 승인 자체가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


산단 계획 승인 이후 토지 보상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LH의 사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약 710만㎡ 위에는 가옥 199동(棟), 공장 68동, 상가 92동, 창고 33동 등 392동의 지장물이 설치돼 있다. 물론 이 시설들은 관련 법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지만 최근 이 일대가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로 주목받으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토지 보상 시기는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으며 보상에 소요되는 시일만 약 15개월로 추산된다.


토지 보상까지 마무리되면 앞으로 약 3년 뒤인 2026년 10월부터 조성 공사가 시작되고 이후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2028년 상반기부터 팹(공장)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삼성이 첫 삽을 뜨기까지는 앞으로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퀄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이고 중국 전자 업체들도 TSMC에 대한 견제로 삼성 파운드리 발주를 늘리고 있다”며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라도 클러스터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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