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샴페인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전한 술문화를 지향하며 음주 빈도수는 낮아진 반면 확실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고급 주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엔데믹에 모임이 늘면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샴페인이 인기를 얻은 것도 한 몫했다. 주류 업체들은 스파클링 와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여름 성수기 공략에 나서고 있다.
12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1~4월 와인 수입액은 1억 841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가량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은 3434만 달러로 약 19%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입액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한 9844만 달러다. 프랑스 샴페인 협회 기준 한국은 지난해 총 23억 5000만 병을 수입해 수출국 순위 1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인기를 끄는 건 전체 와인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것과 맞닿아있다. 홈술족이 늘면서 지난 3년간 국내 와인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새로운 술을 맛보길 원하는 20~30대 수요가 이번엔 스파클링 제품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대부분 소매가격이 10만 원부터 시작해 일반 와인보다 비싸 고급 주류로 인식된다. 돔페리뇽·모엣샹동·크룩 등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샴페인'이 대표 스파클링 와인이다.
국내뿐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따르면 지난해 돔페리뇽·모엣샹동 등 샴페인 판매량은 7090만 병으로 2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꼬냑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다. LVMH 주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0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 늘었다. 영업이익도 120억 원에서 180억 원으로 50%가량 증가했다.
고급 샴페인인 '떼땅져'를 수입해 스파클링 와인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하이트진로(000080)도 판매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 이어 연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영업 방식을 매장 임대로 변경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주류 도매업체를 통해 백화점에 입점했다면, 앞으로는 별도의 매대를 꾸리고 자체 소속 판촉 사원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일반 와인 비중이 높은 아영FBC는 8만 원 안팎의 가성비를 강조한 스파클링 와인을 본격 수입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아라스 블랑 드 블랑'이 대표적이다.
'K샴페인'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인터리커의 '골든블랑'은 출시 1년 6개월 만인 올해 2월 누적 판매량이 10만 병을 넘어섰다. 골든블랑은 인터리커가 샴페인 명가 볼레로와 함께 개발한 샴페인으로, 프랑스 샴페인 협회로부터 공식 라이선스를 받았다. 유흥업소 기준 판매 가격이 60만 원대로 고가지만, 빛나는 골드와 분홍색 병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광화문에서 열린 휠라 '화이트 오픈 서울' 등 테니스나 골프대회 등을 후원하며 구매력이 높은 20~30대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골든블랑은 향후 미국과 필리핀 등에 수출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