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차량 개발을 위한 중앙 집중 형태였던 연구개발(R&D) 조직을 연합체방식(ATO)으로 개편한다. 전동화 체제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로의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조직으로 R&D 체계를 탈바꿈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김용화 부사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으로 승진하며 차량 소프트웨어(SW) 담당을 겸직하는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005380)·기아는 차량 개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을 모아 본부급으로 승격시키고 기존의 R&D본부 조직 중 차세대 혁신 기술 부문을 재구성해 별도의 담당으로 편성했다고 12일 밝혔다.
R&D 부문을 총괄하는 CTO 산하에 △TVD 본부 △차량 SW 담당 △META 담당 △독립형 개발 조직, 디자인 센터 등 각 부문을 독자적인 개발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재편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조직이 차량의 효율적인 개발에 집중됐다면 개편된 조직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전동화·SW·로보틱스 등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로 조직이 확대된 것”이라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마치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신속하고 유연한 조직을 구성해 급변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편된 R&D 체계에서는 업무별로 구성된 각 본부와 담당·센터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협업의 경우 각 조직들이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면서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R&D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우선 TVD 본부는 전동화 모델 등 신차 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차량 개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통합개발담당’ 등 신차 개발 조직을 모아 본부급으로 격상했고 산하에 제네시스개발담당과 차량개발1담당, 차량개발2담당을 조직해 브랜드·플랫폼 단위의 효율적인 신차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각 담당 산하에는 차종별 제품개발을 총괄하는 PM 조직과 설계센터, 시험센터를 직속으로 편성해 차종 개발이 각 담당 안에서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브랜드와 차급 사이에 생기는 간섭을 방지하고 차량 개발 콘셉트 차별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융복합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를 육성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갖추게 됐다.
차량 SW 담당은 현대차·기아가 SDV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구성됐다. 기존에 전자개발센터와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로 구성돼 있던 차량 SW 담당 산하에 자율주행사업부·차량제어개발센터·디지털엔지니어링센터를 추가해 일관성을 확보했다. 차량 SW 담당은 본사 SDV 본부와 포티투닷과의 협조 체계를 갖춰 그룹의 SDV 전략을 완수할 계획이다.
META 담당은 차세대 혁신 제품 개발을 주도하기 위한 조직이다. 분산돼 있던 전동화·섀시·보디 분야의 선행 신기술 및 기본 성능 육성 조직을 통합했고 모빌리티기술센터·차량성능기술센터·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기초소재연구센터로 구성된다. 신설된 모빌리티기술센터는 미래 혁신 신기술과 새로운 콘셉트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차세대 아키텍처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차량성능기술센터는 고성능차의 뛰어난 기술을 양산 적용하는 작업을 맡는다.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는 개발 원가 부문, 버추얼 개발 부문 등을 센터 내로 편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는 아키텍처 개발 프로세스의 완성도와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까지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로보틱스·수소연료전지·상용 등 승용 완성차를 제외한 사업과 디자인센터는 독립적인 R&D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CTO 직속으로 편성했다.
조직 개편과 함께 기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김용화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R&D 조직을 총괄하는 CTO로 임명된 김 신임 사장은 차량 SW 담당도 겸직한다. 기존 제품 통합 개발 담당이었던 양희원 부사장이 TVD 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대규모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R&D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연속성을 유지했다. META 담당은 추후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2003년 R&D의 통합 역량 향상을 위해 각 지역에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 기능을 모아 통합 조직을 출범했다.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글로벌 전략차종 등 다양해진 제품 라인업 개발 세분화를 위해 차종, 차급 단위의 플랫폼 기반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2012년에는 자동차의 기본성능과 감성품질 강화를 목표로 기능 전문화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했으며 2019년에는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개발 조직 혁신을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