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만에 태어난 1.3kg 韓미숙아 '슈퍼태풍' 뚫고 살렸다

김호중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
태풍으로 2회 불발…생후34주만에 국내 이송
美 신생아 전문가와 원격의료 이용해 소통

순천향대 부천병원 의료진이 국내 이송 비행기 안에서 미숙아를 돌보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향대 부천병원


괌 여행 중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28주 만에 태어난 미숙아가 순천향대 부천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국내 이송됐다. 신생아 전문의가 없어 전문 치료를 받기 힘든 데다 슈퍼 태풍 ‘마와르’에 발이 묶여 위기를 맞았지만 원거리에서도 한 달 반에 걸쳐 현지 의료진과 소통을 지속한 헌신 덕분에 고비를 넘겼다.


13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따르면 김호중 응급의학과 교수팀(박가영 소아청소년과 교수·곽인정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은 최근 괌에서 태어난 재태주수 28주 미숙아 A 양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임신 7개월 차에 여행으로 괌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진통이 시작돼 괌메모리얼병원에서 A 양을 출산했다. 재태주수 28주에 1300g의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난 A 양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괌에는 신생아학 전문의가 없었다. A 양의 부모는 급히 국내 이송을 알아보던 중 과거 괌메모리얼병원에서 미숙아 국내 이송 경험이 있는 대한응급의학회 이송연구회 김호중 교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괌에서 미국 신생아 전문가와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호중 교수팀. 사진 제공=순천향대 부천병원

설상가상 예기치 못한 태풍이 괌을 강타하며 괌국제공항이 침수되는 바람에 이송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약 한 달 반 동안 A 양의 부모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이송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원격의료도 한몫했다. 괌에 미숙아를 돌볼 전문의가 없는 연유로 한국에서 미국 신생아 전문가를 통해 원격의료를 시도한 것이다. 김 교수는 “괌에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두 번 정도 이송 계획이 어긋났다”며 “현지에 의료진이 없어 미국 신생아 전문가와 원격의료를 시행하며 꾸준한 소통과 시도 끝에 생후 34주 5일에 국내 이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 양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망막병증 검사, 청력 검사 등 미숙아 성장을 위한 검사들을 시행하고 향후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이송에 함께 참여한 박가영 교수는 “저체중 미숙아는 작은 환경 변화에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도 있어 세심하게 관찰하며 이송해야 한다”며 “특히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해 향후 후유증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의료진의 도움 덕분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아기를 건강한 상태로 국내로 데려올 수 있었다”며 “순천향대 부천병원 의료진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