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대입 정시 전형 지원을 앞두고 필수 코스처럼 밟는 ‘모의 지원 서비스’에서 금전 거래를 통한 ‘경쟁률 조작’ 시도가 이뤄진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수시에 합격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는 학생들의 아이디를 돈으로 매수한 후 경쟁률을 높이는 허수 지원에 나서려다 적발된 것이다. 해당 서비스의 합격 예측 적중률이 8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허수 지원은 실제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입시 교란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입시 정보 업체 진학사는 2023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을 앞둔 지난해 12월 말 수시 합격생들에게 접근해 자사 정시 모의 지원·합격 예측 계정을 돈으로 매수하려던 수험생 A 씨에 대한 신고를 다수 접수했다.
진학사가 확인한 결과 A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입시 커뮤니티를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보유한 수시 합격생들에게 “특정 학과에 지원해주면 30만 원을 제공하겠다”며 거래 제안 메시지를 보냈다. 정시에 지원할 수 없으나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수능을 치른 수시 합격생들을 돈으로 매수해 본인이 합격하기를 원하는 특정 학과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입시 업계에서는 모의 지원·합격 예측 서비스 이용 시 특정 학과의 경쟁률과 예측 결과가 다소 비정상으로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시철만 되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현행 시스템상에서 허수 지원자를 모두 솎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진학사 측은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A 씨가 미성년자이고 모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두 경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허수 지원이 입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입시 업체 관계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와 관련된 작은 정보에도 목마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대학들이 가진 수험생 데이터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