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에 미리 충전해 둔 돈을 은행 예금처럼 보호하는 안이 검토된다.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상 지갑에 쌓인 돈은 빠르게 늘고 있어 안전장치를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에 선불충전금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불충전금은 금융 소비자가 결제할 때 쓰기 위해 전자금융사업자가 만든 가상 지갑에 미리 넣어두는 돈을 말한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의 예금은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보호를 받지만 선불충전금은 별도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당국은 현재 금융 소비자가 선불충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전자금융사업자가 맡아 둔 선불충전금의 일정분을 은행에 신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금융사업자가 아닌 선불충전금을 신탁받은 은행이 파산할 경우 금융 소비자가 이를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 예치가 의무가 아닌 탓에 실효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최근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안전장치를 이중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예보는 보고 있다. 이에 전자금융사업자가 은행에 충분한 예치금을 넣지 않거나 돈을 받아둔 금융사가 파산하는 경우까지 두루 고려해 예금보험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선불충전금이 신규 예금보험 대상으로 우선 거론되는 데는 금융 소비자가 가상 지갑에 넣는 돈이 매해 빠르게 늘어난 점도 고려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액은 지난해 8288억 9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2020년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이용액이 4675억 8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불과 2년 만에 갑절 가까이 늘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당장 기존 보호 대상인 예금액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서비스 성장세를 고려해 안전장치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최근 창립 기념사를 통해 “현행 제도는 투자자 예탁금만 보호하는 등 제한적인 보호에 머물러왔다”면서 “시장에 새롭게 도입되는 금융 상품에 대해서도 보호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예금보험의 커버리지’를 넓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보 내에서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선불충전금을 퇴직연금처럼 일종의 특별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 당국은 2009년 시행령을 개정해 퇴직연금을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적립금이 예금으로 운용됐더라도 예금보호 대상에서 배제됐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퇴직연금 운용 구조를 보면 개인 예금을 모은 사업자가 다른 금융회사에 이를 맡기는 식인데 법상 예금보호 대상은 개인으로 한정되다 보니 사업자 명의의 돈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시행령을 바꿔 개인 예금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건데 선불충전금 역시 고객 돈을 받은 전자금융 사업자가 다시 다른 금융회사에 예치를 하는 구조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시장에 새로 도입된 다양한 상품을 보호 대상으로 편입하는 안을 살펴보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