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의 도 넘은 기술 도둑질…처벌 강화·기술 보호 시스템 시급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가 삼성전자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다 덜미를 잡혔다. 두 회사에서 고위급 임원까지 지낸 인물이 200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 원을 투자받아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시제품까지 생산했다는 것이다. 자칫 우리나라의 먹거리인 첨단 D램과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이 송두리째 중국에 넘어갈 뻔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세계적 기술 인재를 유치한다는 ‘천인계획’을 발표한 후 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마구잡이로 훔쳐 국제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애플의 자율 주행 기술을 빼돌린 중국인이 적발됐다. 대만 정부가 스파이 활동에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 100여 개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5년간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93건, 25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유출 건수와 규모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기술은 곧 경제이자 안보다. 주요국들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 스파이 활동을 벌이거나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처럼 아예 대놓고 기술을 대규모로 탈취하려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안이한 태도다. 최근 4년 동안 적발된 기술 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그쳤고 지난해 선고된 기술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이었다.


법원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서는 형 감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새로운 양형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회도 아예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산업기술보호법상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핵심 인재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신 해외 기업으로의 이직 등을 제한하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기술 유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요국들은 기술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최근 반도체·국방 분야의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하고 대만은 핵심 기술 유출에 간첩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인데 되레 전략 기술 탈취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글로벌 정글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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