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NH증권, 공개매수로 새 금맥 캔다…역대 최대 수수료

한앤코, 루트로닉 성공시 33억 지급키로
브리지론 이자 포함하면 230억
오스템·SM엔터 이어지며 수수료 치솟아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이 시장 확대 배경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코스닥 상장사인 루트로닉(085370)의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관사를 맡은 NH투자증권(005940)이 공개매수 사상 최대 수수료를 받기로 해 관심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를 통한 공개매수가 기업 인수·합병(M&A)의 성공 여부를 가르게 돼 NH투자증권을 필두로 대형 증권사들이 공개매수 주관 업무라는 새로운 금맥 캐기에 나서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NH투자증권과 루트로닉의 주식 공개매수 대리 계약을 맺고 거래 성공 시 수수료로 33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음달 12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6개월 간 총 6172억 원(최소 금리 6.5%)의 브릿지론까지 제공하기로 해 NH투자증권은 최소 200억 원의 이자 수입을 확보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8일 루트로닉 최대주주 황해령 대표와 지분 19.14%를 1889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NH투자증권의 브릿지론 등을 묶어 7715억 원을 추가 마련해 루트로닉 주식 전체를 공개매수한 후 상장 폐지 하겠다고 밝혔다.


루트로닉 사례는 올 들어 잇따라 실시된 공개매수와 비교해도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올 초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은 NH투자증권을 통해 오스템임플란트(048260)를 공개매수 하면서 당시 수수료로 11억 원을 책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와 IMM PE의 한샘(009240) 공개매수를 각각 주관했는데 15억 원과 3억 원의 수수료를 받는 데 그쳤다.


IB 업계는 루트로닉의 거래 구조가 까다롭고 M&A에서 공개매수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수수료 상승 배경으로 꼽고 있다. 루트로닉의 1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2만582명으로 이들이 전체 지분의 58.42%를 보유 중이어서 소수 지분을 반발 없이 확보해야 M&A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KCGI(6.57%)나 라자드에셋운용(7.18%), KB자산운용(5.04%) 등이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었고 한샘도 자사주를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식으로 처분해 품이 덜 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루트로닉의 공개매수 가격은 직전일 시가 3만1800원 대비 약 15% 할증된 3만6700원으로 제시돼 올 해 다른 공개매수와 비교해 참여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대형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공개매수를 활용한 M&A를 추진하고 관련 제도 도입까지 가시화하면서 시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M&A 진행 시 일반주주 주식에 대해서도 매입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공개매수 주관에 인수금융 제공까지 패키지 서비스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 증권사들의 수주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MBK·유니슨 컨소시엄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당시 NH투자증권은 인수측에 공개매수 거래 중 역대 최대인 1조7000억 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한 바 있다. NH증권은 이를 통해 최소 300억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NH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003540) 등이 이미 관련팀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면서 "공개매수는 지점의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개인·법인 큰손들과 스킨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