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서 ‘퍼미션투댄스’를, 경복궁 근정전에서 ‘아이돌’을 들으며 방문해 보세요.”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에 서울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 ‘아미(BTS 팬클럽)’들이 ‘성지순례’와 같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BTS 관련 관광지들도 BTS 투어, BTS 로드, BTS 성지 등을 내세우며 외국인 관광객 맞을 준비에 바빠졌다.
12일 서울의 랜드마크인 서울시청과 남산서울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빛섬, 반포·양화·영동·월드컵대교가 일제히 보랏빛 조명으로 물들었다. 이번 보랏빛 점등은 BTS의 데뷔일인 6월 13일을 기념하며 팬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인 ‘2023 BTS 페스타’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특히 BTS가 데뷔한 지 10년이 된 만큼 서울시가 하이브(352820)와 함께 축제에 나섰다. 아미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서울 곳곳을 점등함으로써 외국인 아미의 시선을 서울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실제로 이날 DDP·반포대교 등에서 보랏빛으로 물든 관광 명소를 사진 촬영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넘어 BTS와 관련된 관광지들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일본인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BTS가 촬영했다는 안내판 위에서 사진을 찍느라 한창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0년 유튜브에서 BTS가 진행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의 무대였다. 당시 BTS는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랜선으로 축사했다. RM은 축사로 “비록 오늘 꽃다발과 학사모는 없지만 오늘은 역사상 가장 특별한 졸업식이 될 것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연결해 한 졸업반의 성과, 그리고 꿈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며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와 또 다른 세계로의 비행을 준비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의 도약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위로했다. 남산이 보이는 야외 열린마당에서 BTS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을 공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BTS의 서울 관광 홍보 영상인 2021년 ‘어기영차’의 주요 무대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8344만 회로 집계됐다. 일찍이 박물관 곳곳에 BTS 촬영지를 알리는 스티커와 포스터, BTS 영상을 연결한 QR코드를 붙여놓고 안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복궁 역시 2020년 BTS가 미국 NBC ‘지미팰런쇼’ 무대를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진행하면서 글로벌 아미들이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쇼에서 BTS는 보름달 아래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아이돌’을 불렀다. 외국인 아미들도 후렴구인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를 따라할 만큼 인기곡이다. 멤버들이 한국적 요소를 담은 노래를 저고리 깃, 고름 등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부르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BTS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경복궁에는 BTS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포토월도 설치했다. 서울관광재단은 BTS의 곡으로 저스트댄스 챌린지에 도전해 최고 기록을 세운 사람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도 아미들의 필수 방문지다. 숭례문은 2021년 전 세계에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의 촬영지다. 당시 BTS는 숭례문 인근에 마련된 무대에서 ‘퍼미션투댄스’, 숭례문 인근 도로에서 ‘버터’를 공연했다.
이들 관광지는 해외 아미들이 서울에서 방문하는 공통된 관광지로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가 호주 아미를 대상으로 출시한 ‘BTS 로드’ 방한 상품과 서울관광재단이 이번 BTS 데뷔 10주년 주간을 맞아 운영하는 스탬프 투어인 ‘서울방탄투어’에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서울 용산의 하이브 사옥, 연습생 시절 BTS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학동근린공원 등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역시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완주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류 관광 대표 코스로 ‘BTS 로드’를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직전 BTS가 다녀간 고산 창포마을, 위봉산성, 아원고택, 오성제 저수지와 영숙백숙, 삼례 비비낙안 등 식당·카페 등이 위치해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9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뮤직비디오와 화보를 촬영하면서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린 곳”이라며 “비틀스의 성지인 애비로드에 버금가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지역 곳곳에는 BTS가 촬영한 장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을 방문한 후 QR코드로 인증한 관광객에 한해 BTS 포스터 등을 선물로 제공하는 스탬프 투어도 운영 중이다.
부산은 BTS 멤버 정국·지민의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BTS 성지로 입소문을 탄 곳이 여럿이다. 정국의 고향인 만덕동 코스, 지민의 고향인 금정구 코스, 뷔·RM의 여행 코스 등 여러 테마여행으로 안내될 정도다. 이 중 다대포 해수욕장은 지민이 브이로그 영상을 찍은 장소로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BTS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한국 관광명소’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서울에서 대대적으로 BTS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서울을 넘어 지방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