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작가 코맥 매카시 별세]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오른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서부 배경의 대중적인 장르소설
본격 순수문학 경지로 끌어올려
'더 로드' 등 영화 제작돼 큰사랑

코맥 매카시. 사진 제공=문학동네

코맥 매카시. 연합뉴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 코맥 매카시(사진)가 13일(현지 시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날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매카시가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카시는 시적인 문체와 특유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반열에 오른 작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등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과 비교되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혔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그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거론하기도 했다.


매카시는 대중소설로 여겨지던 미국 서부 배경의 장르 소설을 본격 순수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로도 평가받는다. 미국 서부와 멕시코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모험과 성장을 담은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은 ‘국경 3부작’으로 불리며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또 매카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담은 ‘더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로도 제작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1933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생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일찍부터 존경할 만한 시민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며 “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날부터 학교가 싫었다”고 말했다. 테네시대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전공하다 1953년 공군에 입대해 4년간 복무한 뒤 돌아와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을 그만두고 시카고로 이주해 자동차 부품 창고에서 일하면서 첫 소설을 썼다.


첫 소설 ‘과수원지기’가 랜덤하우스에서 출판되기는 했지만 그는 1970년대까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며 소설을 썼다. 1981년에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재단의 펠로십에 선정됐고 이후 멕시코 국경 부근인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지내며 ‘핏빛 자오선’을 썼다. 미국·멕시코 전쟁이 끝난 뒤 잔혹한 살육이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매카시표 ‘웨스턴 묵시록’의 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후 집필한 국경 3부작의 첫 작품 ‘모두 다 예쁜 말들’이 1992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주류 작가 반열에 올랐다.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비극적인 성장 이야기를 그린 국경 3부작은 서부 장르 소설을 본격 순수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으며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카시를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더 로드’로 200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에단·조엘 코언 형제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영화화하며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 원작자인 그의 명성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매카시는 큰 명성을 얻은 후에도 은둔 생활을 이어가며 물질적 쾌락은 거의 누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인터뷰도 극도로 꺼려 사생활적으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 차례 결혼했고 모두 이혼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2명의 손자가 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작가들도 애도를 표했다. 작가 스티븐 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가 매카시가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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