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슈퍼루키’이자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지만 뒤따르는 성장통과 과제도 상당하다. 사회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채 대규모 발전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이달 초 발생한 3중 열차 충돌 참사와 같은 파열음이 매번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덩달아 성장 동력을 잃을 위험도 있다. 인도 내수시장이 세계 최대 인구와 젊은 연령대로 각광받지만 일각에서는 실질 소비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벤처캐피털(VC) 자금 규모는 전년도의 7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 주도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한 인도는 2021년 385억 달러(약 49조 63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했지만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의 여파로 257억 달러(약 33조 1300억 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정부 지원으로 탄생한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20%만 불황을 버틸 것”이라는 전문가의 관측을 전했다. 스타트업 업계를 넘어 인도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최근 JP모건은 내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5%에서 5.5%로 높이면서도 장기 성장세 전망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JP모건은 인도 정부의 자본 지출 확대가 민간투자로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얼어붙은 점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의 올해 1분기 GDP 성장(전년비 6.1%)을 견인한 공공투자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철도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식 열차 도입 및 선로 확장에만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기존 선로 보수 등 안전 관련 지출은 축소한 사실이 확인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실질 구매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기존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 평가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에듀테크 기업 ‘바이주스’, 음식 배달 기업 ‘스위기’ 등의 평가액을 50%가량 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VC 투자자들은 중산층 급증과 함께 소비 확대를 기대했지만 최근 수요 부진으로 인한 사업 중단 사례가 이어지며 구매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높아 가계 소비 압박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겨우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달부터 9월께까지 이어지는 몬순 우기로 도로 악화할 위험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