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소부장 콕 찍어…'인재 사냥' 노골화하는 中

◆구체적 사명까지 거론…韓 반도체 인력 빼가기 대범해져
"연구소장급 대우" 버젓이 공고
베테랑 엔지니어 유출 '초비상'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업계의 한국 인재 빼돌리기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고액 연봉은 물론이고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어 국내 근무도 허용하겠다면서 반도체 고급 인재를 흔드는가 하면 특정 부품 업체에서 표적 스카우트를 시도하는 등 ‘인재 사냥’이 집요해지는 모습이다.


1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A 인력 채용 사이트에서 중국 쑤저우에 본사를 둔 익명의 반도체 소재 기업이 연구소장(임원)급 대우를 해준다며 한국 베테랑 엔지니어 영입에 나섰다. 이들은 채용 공고에 ‘한국 사무실과 연구소 구축을 위해 R&D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인력을 중국으로 데려가는 데서 나아가 아예 한국에 R&D연구소를 차려 국내 반도체 인재를 대거 흡수하겠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들은 국내 중견 반도체 부품 회사인 티씨케이(064760)와 케이엔제이(272110) 출신자를 우대한다며 구체적인 회사 이름까지 거론했다. 티씨케이는 반도체 장비 안에서 웨이퍼를 고정하는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링 시장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케이엔제이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 업체다. 공고를 낸 중국 회사는 SiC 링 현지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중국으로 건너간 국내 반도체 인재들이 직전 직장에서 체득한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 출신인 최 모 씨가 국내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이식하려다 구속된 바 있다.


과거 삼성전자 등 대기업 출신 인재를 주로 빼돌리던 중국이 최근에는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인재를 흡수하는 것도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압박에 공급망 현지화가 불가피한 만큼 향후 선진 기술을 가진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더욱 노골적인 조건을 내걸고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의 집요한 인재 공략에 맞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이나 대만이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중범죄로 보고 대응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워 인재 유출의 허들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 취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국내의 민감한 기술을 빼돌리는 것이 문제”라며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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