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14일 내정간섭 발언 논란을 부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재차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중국 측이 숙고해보고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실장은 이날 일본으로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한중 관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관계에 대해 정부는 의연하게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고개 숙이고 매달릴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대통령실의 ‘적절한 조치’ 요구에 대해 이미 중국 외교부는 “대대적으로 부각해 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일축한 상황이다. 앞서 양국 외교 당국은 한 차례씩 자국에 주재 중인 상대국 대사를 초치·소환했다.
앞으로 중국 측이 또다시 우리 측 야당과 대화하고 정부 및 여당을 외면하는 ‘통야봉여(通野封與)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을 통해 우리 정부에 거친 언사를 쏟아냈던 것처럼 앞으로도 정부 여당 대신 야당과 밀착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것에 더해 (민주당과의 밀착을 통해) 국내에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한국이 의장국을 맡을 차례인 한중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중국 측의 호응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조 실장은 “중국과 일본에 개최 의사를 전달하고 협의 중”이라며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요청에 부응해 (정상회담을) 올해 중 개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