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555 캘리포니아 빌딩.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은행 UBS 자산관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입주해 있고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입주해 있는 탄탄한 임차인을 가진 상업용 빌딩이다. 52층에 달하는 이 빌딩은 현재 93%의 오피스가 차 있는 상태지만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로펌 커크랜드앤엘리스 등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입주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가 늦어지면서 이전 규모로 계약을 갱신할 지는 불투명하다. 대출 서류에 따르면 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보르나도 부동산 신탁과 트럼프사는 이 건물을 매매할 때 빌린 12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에 대해서 상환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금융계의 한 직장인은 “이 건물에서 20년을 일했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상황은 없었다”며 “건물이 이렇게 비어있던 적은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이달 초 부동산 데이터 기업 트렙은 “올해로 예정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상환 금액 27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들 중 일부는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매누스 클랜시 트렙 총괄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시장이 (위험 측면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있다”고 짚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중심지인 유니언스퀘어 주변에서도 ‘유령 도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유니언스퀘어의 최대 호텔인 힐튼 호텔의 경우 지난 주 7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 상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 호텔은 JP모건 체이스에 반환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사람이 줄어들면서 최대 쇼핑몰인 웨스트필드 역시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니언스퀘어에 자리를 지켰던 할인 매장 노드스트롬이 중심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자 웨스트필드 역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더 이상 오피스나 리테일 매장을 찾지 않으면 건물주들은 임차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확률로 해당 대출에 대한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 시스템에 또다른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