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몰 브랜드 웨스트필드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지점을 포기하기로 했다. 5억58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 상환을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이는 최대 할인 업체인 노드스트롬이 한때 최대 매출을 자랑했던 유니언스퀘어 지점을 영업 종료하기로 한 여파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중심지인 유니언스퀘어 주변에서도 ‘유령 도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유니언스퀘어 옆 명품거리로 꼽히는 그랜트 스트리트도 신호등을 두고 사거리 네 귀퉁이 중 세 곳의 건물이 모두 빈 채로 임차인을 찾는 '임대(Lease)' 표지판이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로 옆블럭인 서터스트리트로 접어들자 250번지부터 6개의 건물이 모두 비워져 있어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맞은편에는 치폴레 매장과 주차장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유니언스퀘어의 최대 호텔인 힐튼 호텔의 경우 지난 주 7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 상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 호텔은 JP모건 체이스에 반환될 예정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 기업의 본사가 모여있는 캘리포니아 애비뉴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 임대 기간을 채우지 못해 임차인이 '전대(Sublease)'를 놓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 지역의 대표 건물로 꼽히는 555 캘리포니아 빌딩도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은행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입주해 있고 테크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입주해 있는 탄탄한 임차인 리스트를 자랑하는 52층의 이 빌딩은 현재 93%의 사무 공간이 차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로펌 커크랜드앤엘리스 등의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공실률이 낮아질 위기다. 이미 건물 소유주인 보르나도 부동산 신탁과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업체는 이 건물 매매 당시 12억 달러의 대출금 상환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금융계의 한 직장인은 “이 건물에서 20년을 일했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상황은 없었다”며 “건물이 이렇게 비어있던 적은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이달 초 부동산 데이터 기업 트렙은 “올해로 예정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상환 금액 27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들 중 일부는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매누스 클랜시 트렙 총괄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시장이 (위험 측면에서) 일종의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있다”고 짚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더 이상 오피스나 리테일 매장을 찾지 않으면 건물주들은 임차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확률로 해당 대출에 대한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 시스템에 또다른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짚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를 회복하고 도시의 슬럼화를 방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비영리정책연구소 스퍼(SPUR)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내 공실 규모의 40%를 주거지로 바꿀 경우 1만 1200여 가구를 조성할 수 있다. 글로벌 대표 상업용부동산(CRE) 중개회사 애비슨영의 콜턴 헨리 부사장은 “상당수 오피스의 임대 기간이 끝나는 2026년에는 공실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도시 중심부의 오피스 지구를 주거 지구로 변환하는 프로젝트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