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교육 당국과 사교육 업체를 겨냥한 배경에는 매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사교육비가 자리하고 있다. 학교 교과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계를 강화하라는 지시 역시 사교육 비용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수능 난이도까지 언급하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 출제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평도 있다.
15일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에는 사교육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에 특히 사교육비 촉매제인 수능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당일 오전 개최하는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교과과정과 수능의 연계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당시에도 출제위원장인 박윤봉 충남대 교수는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해 수능에서도 난이도 조절을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졌었다. 윤 대통령이 난이도 논란이 없도록 교과과정에서만 문제를 출제하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원론적인 말씀이지만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 생각된다”며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대해 곧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올해 수능에서 난도가 높은 ‘킬러 문항’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결국 국어 영역에서 교과서나 EBS 밖 지문은 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수학 역시 기존 교과서 내에서도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어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는 결국 독서 지문에서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자칫 국어 영역의 변별력이 없어질 수 있다”며 “수학의 중요성이 올해 수능에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능이 1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가 이미 시행된 후인 만큼 수능 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는 9월 딱 한 차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 개혁과 영유아 돌봄 일원화 방안 등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보통합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유보통합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완벽하게 조직개편안을 타결했다”며 “교육부가 중심이 돼 어린이 돌봄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외에도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주 배경 아동과 청소년이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한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고에서 대학등록금이나 최근 논란이 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과대 정원 조정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장관은 최근 대학 관계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이후 등록금 등 대학 규제를 풀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