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메신저 고도화로 '우물안 1등' 탈피…정치권도 간섭 보다 지원을 [격랑의 K플랫폼]

<하> 전문가가 말하는 네카오 생존 전략
손쉬운 광고수익 치중…위기 자초
텍스트 중심 검색 서비스는 한계
숏폼 등 콘텐츠 늘려 몰입도 향상
DB 규제 풀어 AI 서비스 키우고
IP 강화로 해외시장 입지 굳혀야


글로벌 빅테크들이 기술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검색·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음원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토종 테크 기업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035720)가 광고 위주의 사업모델(BM)에 의존하는 사이 빅테크들은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한층 고도화된 서비스를 통해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대와 20대가 동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토종 플랫폼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빅테크의 공세에 맞서 국내 시장을 수성하려면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강점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국내 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검색·메신저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전히 공고한 아성을 구축했으나 서서히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두 플랫폼이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오른 뒤 해당 기능을 강화하기보다는 광고 확대 등 수익성 제고에 치중한 결과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검색 결과 상단에서 원하는 정보 보다 불필요한 광고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카카오톡은 일반채팅과 오픈채팅을 분리하며 채팅방 사이에 광고가 생겼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졌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은 보안도 우수해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서 넘어가고 있고,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네이버에서 구글로 점차 옮겨가는 추세"라며 “네카오가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네이버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에 익숙했던 이용자들도 이제는 구글이나 유튜브를 더 편하다고 여긴다"면서 “핵심 내용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식으로 검색 몰입도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상대로 텍스트 중심의 검색 서비스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영상 등 여러 형태의 콘텐츠 결과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네이버도 지난달 30일 짧은 동영상을 모아볼 수 있는 숏폼판을 출시하는 등 멀티미디어 노출을 확대하며 변화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검색 시장은 물론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들도 기술 고도화와 서비스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구글 ‘바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챗봇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질문에 답변을 바로 보여주는데 아직 국내 플랫폼들은 서비스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며 “빅테크에 출시는 뒤졌지만 기술 고도화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7~8월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서치GPT'를 3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토종 플랫폼을 비롯한 국내 테크 기업들의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정부가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식별 규제에 치중해 데이터 가용성이 떨어진다"며 “정보와 개인정보 처리를 구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AI 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준수해 AI를 학습시키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도 “한국에서 해외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R&D) 투자 재원 확보는 힘든 만큼 정부의 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 과정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달 'AI 개인정보 이용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간섭과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자율 규제를 통해 ‘책임있는 혁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뉴스와 댓글의 공정성을 이유로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다"며 “정치권의 압박으로 국내 플랫폼들이 검색 서비스에 제약을 받는 사이 구글과 트위터 등 빅테크들은 유사한 기능을 서비스하는 등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 플랫폼들이 웹툰·웹소설 등 빅테크보다 앞서가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웹소설과 영상 제작·유통 등 하나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한 상태지만 애플과 아마존도 잇따라 웹툰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웹툰과 음악 등 K콘텐츠를 통해 이미 해외에서 확보한 파이를 뺏기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면서 “점유율과 함께 수익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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