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 미만의 소액 물적 분할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개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기업 경영 활동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상법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소액 물적 분할에 대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 일종의 예외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중견·중소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 지장을 받는 등 애로 사항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내용 개선 검토에 돌입했다.
현재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15조에 따르면 ‘상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특례’를 통해 총자산의 10%를 미달하는 사업 부문 물적 분할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위원회는 이를 준용해 상법을 개정, 소액 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회사법(제805조·제806조 제1항)을 통해 ‘약식 분할’ 제도를 두고 있다. 총자산의 20% 미만 분할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결의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이후 물적 분할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올해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사회 결의일 기준 물적 분할을 추진한 기업은 DB하이텍 1곳으로 지난해(17곳) 대비 94.1% 급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동차 부품 전문 중소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 사업부를 분할해 미래 사업에 힘을 더 주고 싶지만 주식매수청구권 자금이 빠듯해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대비해 1000억 원을 준비했지만 실제 매수 청구가 1200억 원 들어오면 물적 분할을 진행하기 어렵다.
물적 분할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진 점도 예외 조항 마련 착수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지난해 초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을 결정한 후 LG화학 주가는 지난해 3월 43만 원까지 급락했지만 올 들어 82만 원을 찍고 7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 예외 적용 추진이 기업들의 활력을 살리고 개인투자자들의 권익도 보호하는 묘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998년 상법 개정 당시 도입된 회사 분할 제도의 취지는 기업 구조 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었다”며 “예외 규정을 통해 분할 작업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