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회의 파행'…동덕여대 '트럭참변'은 진행 중

15일 학교·학생 첫 만남 파행
학생측 "본관 농성 이어갈 것"

동덕여대 학생들이 15일 오후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캠퍼스 등굣길에 학생이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동덕여대에서 학생 측과 학교 측이 첫 공식 대면을 진행했다.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5일 오후 1시께부터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와 회의를 진행하고 유족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교내 안전대책 강화를 약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회의는 3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비대위에 따르면 중운위는 사고 당시 트럭을 운전한 직원 A(81)씨를 채용한 기준에 대한 해명과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고 당시 동덕여대 숭인관 옆 쓰레기 집하장에서 작업을 하고 내려오던 중 사고를 일으킨 고령의 A씨를 해당 직무에 배치한 학교 행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비대위는 해당 직원 채용과 관련해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에 따라 연령을 차별하지 않고 채용기준에 맞게 채용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법적 자문을 통해 채용기중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수년간 이어진 교내 안전 문제 제기에 대해 비대위 측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이번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측과 마주할 자리가 마련됐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했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다가 증거를 제시하니 인정하는 듯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중운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제시한 △총장 사퇴와 총장 선임을 위한 학생·교수·교직원 협의체 구성 △고용규정 재논의에 학생의견 반영 이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사고 발생과 총장 입장문이 게시되기까지 58시간 동안의 공백에 대한 비대위 측의 해명과 12일 열린 촛불추모집회 전날 총장이 일부 학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집회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 등에 대한 날 선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서원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사고가 발생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너무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기 때문에 총장의 공식적인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회의가 마무리 된 후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숭인관을 나서는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에게 거듭 공식적인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 총장은 곧장 퇴근길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난 첫 회의 이후의 만남은 다음 날 오후에 다시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현재도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회 집행부 관계자는 “회의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 마무리 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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