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를 찾았다. 면접과 채용 동향을 파악하고 1대 1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아온 중장년들로 박람회장은 인산인해였다. CJ프레시웨이·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 중장년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 60여 개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일정을 미처 몰랐거나 다른 사정으로 현장에 가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라이프점프가 박람회의 알맹이만 뽑아 정리했다.
인사 담당자, ‘자세’와 ‘경험’ 볼 예정
중장년 구직자들이 박람회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단연 기업 인사담당자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중장년 구직자를 찾는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어떤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지, 어떤 관점에서 구직를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인사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채용의 열쇠는 바로 ‘자세’와 ‘경험’ 두 가지다.
장솔 스틸코리아 본부장은 “건설 현장 관리할 분을 뽑는데, 어리면 이견 조율에 한계가 있어 그 역할을 잘 해낼 중장년이 필요하다”며 “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이고, 더운 날 추운 날 가리지 않고 현장에 나가는 직이다 보니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연주 프레미아티엔씨코리아 인사 담당자도 “풍부한 경험도 필요하지만, 회사 재직자 대부분 20대라 세대 차이가 나도 무탈하게 지낼 중장년 경력자를 찾는다”며 ‘자세’를 강조했다.
신종혁 케이알엔지니어링 부사장은 “경력있는 중장년 11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선박 분야다 보니 구인이 어렵다”며 “기술력 있고 건강만 하다면 나이 상관없이 누구라도 뽑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단비교육 센터장은 “중장년이 실적을 더 잘 내는 경우도 많고, 그 세대에 구직자가 많기에 인력풀이 다양하다”며 중장년 채용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전 센터장도 경험을 중요 자질로 내세웠다. 유아동 학습지를 홍보하고, 상담할 이를 찾는데 남녀 가리지 않고 육아 경험만 있어도 우대한다고 했다.
중장년 고용 확대 추세…눈높이 낮추되 '중꺾마' 탑재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직업 상담사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특정한 직무와 요건에 해당하는 구직자에 관심이 많다면, 전문 상담사들은 보다 넓은 시야, 긴 시각을 가지고 일자리 전반을 바라볼 수 있다. 희망적인 부분은 중장년 고용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필수로 탑재해야겠다.
이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컨설턴트는 8년째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이 컨설턴트는 “중장년의 경우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특정 근무시간, 높은 급여 등을 희망하는데, 그런 조건으로 취업하기는 매우 한정적이다” 라며 눈높이를 낮출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많은 수의 중장년이 ‘제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라며 우려 섞인 질문을 하는데, 직업 상담·복지·소방 분야 등에서 중장년 채용 공고가 꾸준히 나오고, 정부와 기업에서도 중장년 인력 활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문을 두드리라는 조언이다. 현장에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중장년의 경우 인맥을 활용한 재취업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고, 박람회나 채용 설명회도 활발히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뚜렷한 기술 없으면 단순 일자리…'현실의 벽'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면 실망도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박람회에 나온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중장년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구직자가 “기술이 있지 않으면 주차 관리, 미화 일자리밖에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낸 것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눈높이를 낮춰 주차 관리 일을 생각하고 왔는데, 그 부스만 사람이 많았다”며 “눈높이를 낮춰도 경쟁이 치열한데 마음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박람회에서 원하는 소득을 올린 이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작년에 퇴직한 변씨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행사장에 1등으로 도착했다. 그는 “중장년은 취업 문이 좁다 보니, 동향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일단 면접이 3개 잡혔다”고 밝혔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38년 동안 일하다 지난해 6월 퇴직한 한씨는 “퇴직 후 집에서 이력서를 아무리 내도 (기업에서) 반응이 없었는데 직접 기업 담당자를 만나보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