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로? 괴물같은 일"…'성전환 금지법' 통과된 이 나라

러시아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모스크바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성전환 수술 자체를 금지하고 비수술 성전환자의 등록을 막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라 어린이 기형 치료 목적의 성전환 수술을 제외한 모든 성전환 시도는 러시아에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본회의 표결을 통해 개인의 생득적 성별을 변경하는 모든 의학적 개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성전환 수술 자체를 금지하고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국가 문서를 통해 성별 변경을 신청할 경우 이를 불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상 모든 성전환 시도를 불법화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어린이들의 선천적 기형을 치료하는 목적의 성전환 수술에는 예외 조항을 뒀다.


법안은 러시아 상원인 연방평의회 표결을 거친 뒤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발효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이번 법안이 표결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지 의원들은 “군 입대를 피하고자 트랜스젠더 증명서로 성별을 바꾸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표결과 관련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러시아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15개월간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심화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러시아 하원의원 450명 중 400명은 성전환 수술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표트르 톨스토이 통합러시아당 의원은 “러시아의 문화적, 가족적 가치와 전통을 보호하고 서구의 반가족 이념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며 “러시아의 명예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러시아가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러시아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톨스토이 의원은 이날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서구발 가정 파탄 이데올로기를 막기 위한 장벽을 세웠다”며 “서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단결된 전선을 구축해 러시아의 주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바체슬라브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은 "이러한 사이비 가치관을 조장하는 미국에서는 이미 청소년 중 트랜스젠더 비율이 성인보다 3배나 높다. 이것은 선전의 결과"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만 정의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주도하는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해 왔다.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은 모든 연령대에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에 서명해 이성애가 아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사실상 불법화했다. 해당 법안을 위반할 때 최대 40만루블(약 6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며, 언론인 등에게는 더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다.


푸틴 대통령은 2021년 어릴 때부터 트랜스젠더를 교육하는 부분에 대해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가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정말 괴물 같은 일”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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